COC 7th Fanmabe Scenario Written By 12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릿한 눈앞에 세계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모습의 세크레타와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과 세크레타를 둘러싸고,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 차림의 사람들이 여럿 서 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세크레타가.
바알:(...도대체가. 점점 숨이 모자르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 ...잠시만. ...도대체 왜... 그냥 이 모든 것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당신이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몸에 힘도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허무하게 마지막을 맞이하는걸까요...)
세크레타:...바알 에반스, 나를 알아보겠어?
그는 목을 조르는 힘을 덜지도 않은 채 당신을 채근합니다.
당신이 답을 뱉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로요.
...아무래도 살려면 무언가 소리라도 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알:...아, ....윽.... (금방이라도 제 숨을 빼앗을 것 같은 행동과 다른 저 목소리와 웃음이...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기억, ...아... ...나니, 윽... 크, 까... 그만....
세크레타:(당신의 말에도 여전히 희미한 웃음을 짓습니다. 이윽고 손끝으로 느껴지던 잔인하고도 차갑던 힘이 점차 풀려가는 것을 느낍니다. 마치 당신의 소리를 듣고 조금 더 듣기 위해선지, 아니면 어째선지 알 수 없듯이 그저 점점 당신의 목을 조르던 힘을 빼갑니다.) ...제대로 대답해 봐. 설마 못 하는 거야? 못하는 건 아닐테고... 바알 에반스, 벨. 베리야, 아무 말이나 제대로 해볼래?
바알:아, ...아으... (제발. 그만... 힘이 점점 빠져가는 것이 느껴지자 트인 기도에서 기침과 함께 숨이 터져나옵니다.) 아, ...아윽. 세렌 아니마, 라... 에반스... 그만... 왜, 왜 이러시는...건가요.
세크레타:... ....잠시만, 뭐? ...그럴리가... ...아니, 아니. ...어째서?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웃고 있던 세크레타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을 조르던 손을 떼어내고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세크레타:...아, 잠시.. ..어떻게 말을... ..그러니까... ... (잠시 혼란스러운 듯 혼잣말을 뱉습니다. 무어라 중얼중얼거리는 짧은 말들 속, 한 마디만이 선명하게 들리네요.) ...뭐, 됐어. 시간이 없으니 이거라도. (곧 다시 희미하게 웃은 저는 당신을 바라보다 조금씩 멀어집니다. 흰색 실험가운, 그리고 그 손을 타고 가면.. ...무언가 검은 형체가 보입니다. ...아, 총인가요.)
바알:(흠칫... 뭔가 잘못된걸까요. ...나 당신에게 잘못을 한건가. 저에게 멀어지고, 손에 쥐어진 그 형태를 보면 순간 머리가 멍해집니다. 바로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올려다봅니다.) ...자, 잘못... 했어요. 잘못... 그니까... 이유라도... 제발, 부탁이에요. ...죽여도 상관 없지만... 내가 잘못을 만회할 기회라도... ...
세크레타:...역시 인간이 아니라 그런가, 벌써부터 움직일 수 있구나. ...신기하네. ...미안해, 겁먹었지? 하지만... 왜 네가 사과하는지 모르겠는데. ...죽는 걸 가장 무서워하는 내 하나뿐인 남편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치? ...아. ..뭐, 만회할 기회는 상관없으니까. ..얌전히 있어줘, 착한 멍멍아? (그러며 익숙하게 당신의 턱을 잡고 들어올려 이마에 키스해줍니다. 이전과 다를 것 없는, 당신이 알던 그 모습대로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네요.) ...귀 막는 게 좋을 거야, 벨.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는,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멀어지더니. 손에 들고 있던 총의 안전 장치를 풀고…
연구원1:뭐야,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두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칩니다.
세크레타는 도망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겁 먹었으려나?
바알:(...귀를 막아도 보이는 끔찍한 광경, 그리고 조금씩 들리는 소리들에 패닉이 온 것 같습니다. 귀를 찢는 것 같은 듯한 이명이 들려오고, 저를 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 손은 물론이고 몸이 파르르 떨려옵니다. 제 뺨을 쓸면 그 손길을 피하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 뒤로 물러납니다.) 시... 싫...
세크레타:...아, 미안. 역시 벨은 이런 거 싫어하겠지. ..괜찮아, 이제 끝났어. 아니, 이제 끝날테니까... ...응? 우리 멍멍아, 착하지. 벨, 내 바알 에반스. ...조심해, 아직 몸이 네 몸 같지 않을 걸? 그러니까... 응, 어디 앉아있는 게 좋겠다. 그리고 그게 예쁜 강아지니까. 자, 조심히. 싫다고 떼쓰고 울고불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 잘 알잖아? 내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며. 이제 와서 싫어졌어? ...아아, 불쌍하기도 하지. 괜찮아, 일단은 괜찮으니까... ...나 좀 도와줘? 아무리 그래도 벨을 들기엔 내가 힘들거든. (그러며 당신을 조심스레 부축해보려 합니다. 삼삼이의 도움까지 받으면서요.)
세크레타는 당신을 상냥하게 의자에 바로 앉혀두곤,
바알:(파르르... 몸이 저절로 떨려옵니다. 죽음을 이렇게 눈 앞에서 목도하다니.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이가... 도대체... 모르겠어요. 지금 이 상황이 전부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요. 제 입가에 입을 맞추는 것도 그저 두렵기만 합니다.) 그... 그만... 뭔지 알려주...세요. ...네? ... ...사라, 사랑... 해요. 근데... 너, 너무 무서워서...
세크레타:(여전히 애정어린 손길로 당신을 쓰다듬고 애정이 담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여전히, 사람들을 죽였던 것만 빼면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 그대로요. ...어쩐지 뺨이 상기된 것도 같은데.. ...기분탓일까요. 잠시 당신의 말들을 듣기만 하던 저는 대답 대신 당신의 입술을 한번 지그시 눌렀다 손을 뗍니다.) ...아직 이전처럼 움직이긴 힘들 거야. ..그리고 역시 벨이 보기엔 잔인하려나? ...으음, 아무튼. ..천천히 나와, 전부 정리하고 있을게. 일찍 나오다 총알이라도 맞으면 큰일이니까, 알았지? 내 착한 멍멍이는 주인 말 잘 들을 거라고 생각해. ...아, 어쩌지. ..무서워하는 모습 마저 사랑스러워서 잘 어울려. ..응... ..아무튼. ..천천히 진정하고 있어, 바알 에반스. 아 그리고...
내 곁으로 돌아온 걸 진심으로 축하해.
활짝 열린 검은색 문과,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 둘….
바알: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알:...시, 싫... 그니까... 제발... (저를 애정 담긴 눈으로 보면서... 뺨이 이렇게 상기 되었으면서. 당신이 너무 잔인한 행동을 하고 잔인한 말을 해서 두려울 뿐입니다. 당신이 문을 통해 방을 나가면 계속 파르르... 몸을 떨며 울기만 합니다. 혼자 이 방을 둘러보며 어떻게든 상황파악을 하려 노력합니다.)
세크레타의 머리가 바알이 기억하던 것보다 짧고 훨신 부스스하다는 걸 떠올립니다.
...어쩐지 더욱 초췌한 듯 피곤해 보였던 것도요.
바알:...하나도 모르겠...어... (여기는 어디고, 아까 그 사람들은... 당신은... 처음에 그 반응은... 나를 두고 실험을 하기라도 했던건가? ... ...어쩌면 시간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났을지도 모르겠네요. 실험에만 열중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는건 정말로 나를.... ...) ...그래... 그럼 그렇지... (당신은 나보다 지식을 더 사랑하니까. 그러니 이런 행동들을 했던거겠지. 어쩐지 울 것만 같아요.)
어느정도, 아니 억지로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진정하고 나면.
당신은 흰 독실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대고 앉아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어야 했을 테지만,
시체 두 구 때문에 피가 잔뜩 튀어 붉은색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어쩌면 조사하여 무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신을 지킬 수 있는 건 바알 자신이니까요.
바알:(...힉... 어쩌면 놀라 꼴사나운 소리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살릴 수 있다면... 급하게 손을 뻗어 꿈틀거리는 것을 쥡니다.) 저... 저기요... 괜찮으, 세요?..
당신이 손을 쥐자, 꿈틀거리던 것이 당신을 겨우 바라봅니다. 파리한 안색으로요.
이런 개같은… 그 녀석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바알:...! 괘, 괜찮... 도대체 아까 그... 렛...이랑 무슨... 아니.. 잠시만요, 잠시만... 제가 살려드릴게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알이 박힌 곳을 세게 누릅니다. ...
응급처치를... 지금 이 상태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사람을 살리고싶어. ...최선을 다 해야 이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미안하지 않을 것 같아.)
아무리 힘을 써보려 해도... 이미 총상이 깊어 성공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혼란스러운 지금, 무언가 실마리를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알:...제발... (너무 무서워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요. 최대한 체중을 실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꾸고 꾹... 누릅니다.) ...그, 세렌이랑... 세크레타...? 그, 그 사람이랑 무슨 사이고, 여긴 어디고... 저, 그러니까 무슨 실험을... (횡설수설하며 두려움에 눈물이 흐르면서도 끝까지 눈을 마주합니다.)
연구원1:아.. 윽, 잠시. ..아파, 아프다고! 그리고 무슨, 사이냐니? 딱 봐도 보이잖아. 동업자. 우리는 어떤 사람의 완벽한 복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해 왔다. 그것 밖에 없어. 그리고 너, 너도 실패작 아니야?
바알:...지, 지혈 하려면 이정도 눌러야 하...하거든요. 정...확히는 환부 안까지 깨끗한 천을 밀어넣어야하지만... 처... 천이 안 보이니까... (... ...복제. ...실패작... ...내가 실험체인건 확실한데... 당신이 복제품을 만들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그야... 당신은 그런 트라우마가 있으니까...) ...날... 복제하려고 하는건가요? 내 어느점...이 실패작인데요?
연구원1:몰라, 모른다고! 그러니 아파, 제발. 그리고 내가 알아? 우린 그저 맡은 임무만 했을 뿐이니까. 실패작인 것도 성공작인 것도... ...전부.. ..그러니까... ...
내가.. 아는 거라곤... ...실패작은 전부... 처리한다는 것 뿐,이야... ..
너도 어떻게.. ..처리,되는지.. ...일어나면서 봤..잖아?
바알:...살고 싶으면 아픈 것 정도는 참으라고요! ...그래... 알겠어요. 내가 처리된다는건 상관 없어. 어차피 난 가짜니까... 그런데 당신은 진짜잖아. ...죽지마... 살아야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이를 이렇게까지 걱정한다는게... 당신이 보면 비웃겠지.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다가 제 옷의 천을 거의 몸이 다 드러날 정도로 찢어대더니 그대로 환부를 짓눌러 지혈을 합니다.)
...이, 이 실험이 얼마나... 오래 됐는지는 ... ...모르죠?
연구원1:나도 몰라... ..모른다고. 아... ...그녀석을.. ...죽였어야.. 그러니까... ... ......
.......고통에 씨근덕대던 사람의 신음이 잦아듭니다.
바알:시, 싫어...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방호복의 얼굴 창 부분에는 김이 껴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군요.
바알:... ...안돼... (제 손으로 죽인 것 같은 듯한 죄책감. ...그래... 이게 나 때문이니 맞긴 하겠지. ...내가 이 사람을 죽였어... 내가...) ...우윽... (토할 것 같아... 그래도 애써 손을 움직여 옷을 뒤져봅니다. 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미안해요. 그런 사과를 미친듯이 중얼거립니다.)
바알: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상황에 머리가 돌아갈...리가..)
무언가 떠오르는 것은 없으나, 그러고보니 이곳에 방호복을 입지 않은 이는 당신과 세크레타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방호복은 어떨 때 입던 거였더라...
아무튼 시체인지 모를 것을 뒤지다 보면 무언가 손에 쥐어집니다.
바알:... ...(바이러스. ...아니면 방사능같이 위험한 것들을 피하기 위해 입지 않나. ...나는 상관 없지만 당신은 도대체... 하지만 머리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권총을 손에 쥐지만... ...이걸 쓸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총을 못 쓰는 것도 못 쓰는거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지만... 이 방에서 더 볼 건 없는지 둘러봅니다.)
사람을 죽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바알:
듣기
기준치: |
45/22/9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높은 천장이 마치 밤하늘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무수한 별들을 흉내 내는 작은 전등이 아름답게 빛나는, 아득한 밤하늘이네요.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하늘의 한쪽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합니다.
바알:(...평소였으면 우주같다고 생각하며 기뻐했을텐데.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그래. 진짜도 아니고 흉내를 낼 뿐인 장소같지만요. ... ...그냥 스크린인걸까요.)
그때, 천장에서 종이 한 장이 팔랑팔랑 떨어져 내립니다.
맞다는 표시 같기도 하고, 0이라는 숫자 같기도 합니다.
어쩐지 아까 연구원의 말이 떠오르는 건, 기분탓일까요.
바알:...다 포기하고 죽고싶어... (실패작이라면 죽을게 뻔한데도... 매우 무기력한데. 당신 생각에 몸이 절로 움직인다면... 당신이 알면 좋아할까요 아니면 바보같다고 생각할까요.) ... ...그 녀석은 누굴까. ...렛...이 아니면 좋겠는데...
이래서야,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신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직 움직여야 할 이유가 있잖아요?
온통 흰 방에 핀 튀 조금... 그리고 검은색 문뿐이라니.
이질적인 상황이지만, 저기로 나갈 수 있겠습니다.
바알:(어지러운 머리. 그리고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검은색 문 너머로 향합니다. 총은 품 안에 대충 숨기듯이 찔러넣고요.)
문을 나서면, 바깥은 사방의 벽이 전부 거울로 이루어진 거울 복도입니다.
난잡하게 반사하는 광경 탓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몸은 신부복에,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입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바알:(...전부 어지러운걸요... 일단.. 거울을 먼저 바라봅니다... 제일 눈 앞에 있으니까요.)
거울로 이루어진 탓에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남의 옷인 듯 품이 미묘한 검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 손자국의 주인이 세크레타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바알:(... ...어떻게...해야하지. 주먹으로 거울을 쳐보기라도 해야하나...)
(주먹과 거울을 번갈아가면서 보다가... 한번 휘둘러봅니다...)
그저 거울이 손에 닿은 느낌만 들 뿐, 아프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차가워야 할 온도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시체처럼 감각이 무뎌진 느낌이에요.
바알: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복제...니까 당연한건가...
바알:(...이미 도풀갱어 렛을 봤어서인지...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거울에서 더 눈에 띄는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바알:(마네킹을 봅니다. 신부복... 맞을까... 갈아입고싶은데.)
총 10개의 마네킹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 신부복을 입고 있습니다.
체구는 바알과 비슷하네요, 갈아입고자 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바알:(...그 전에 신부복에 먼지라도 붙어있을까봐 툭툭 털고 꼼꼼하게 둘러보고... 입어봅니다. 벗은 셔츠와 바지를 반대로 마네킹에게
완벽하게입혀줍니다.)
바알의 몸에 말끔하게 맞아 떨어지네요. 평소 입던 신부복의 느낌 그대로입니다.
바알: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바알: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벗... 만져... ...에?)
하지만... 저 말대로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바알:(... ...저 말대로? ... .... ...투구를 벗겨봅니다.)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 있습니다.
저... 저기요...
아니... 말은 안 하려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것만 같은 훌륭한 예술품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 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그냥 당신의 본을 딴 마네킹인 걸까요?
말을 걸면,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네킹의 턱관절이 기괴하게 벌어지더니, 당신의 목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냅니다.
바닥이 당신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았던 그것의 살점과 피로 흥건해집니다
바알:...힉... 아, ...미... 미친!! (원래 공포물 같은 거에 내성이 있는데. ...애초에... 크리쳐들 사이에서 살아남았으니까. 하지만 저를 따라하는 기괴한 마네킹은 본 적도 없다고요!!!! 결국... 아까부터 참았던 구역질이 다시 올라올 것만 같이 우욱, ...웩...하는 소리가 연신 반복됩니다.)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신 구역질을 해보지만... 먹은 것도, 먹을 것도 없어서 그런가 올라오진 않습니다.
더이상 마네킹에서 볼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바알:윽, ...하... 최악이야... 죽을 것 같아. 주, 죽을래... 이딴 거 보고싶지 않아... (아직까지 그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 같지만... 애써 문을 바라봅니다.)
문은 아주 단단해 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를 들어보거나, 노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알:(...기억... 라틴어는 뭐... 쉬우니까. 조심스럽게 문에 귀를 가져다대고 눈을 감습니다.)
무언가가 바쁘게 차칵차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알:(...모르겠네... 조심스럽게 노크해봅니다.)
바알:(그러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바알:... ...렛이 좋아할만한 곳이네...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처참한 시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세크레타를 발견합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이건 조금 계산 밖인데.
그, 그게...
죄, 죄송...해, 요...
세크레타는 뺨에 튄 피를 손등으로 성급하게 문질러 닦다가,
피가 번진 건지 홍조가 도는 건지 알 수 없는 붉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세크레타:...아, 아니야. 응,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래, 벨. 날 알아보겠어? 세렌 아니마 라 에반스, 네 아내. ..아니 네 아내였던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음, 음. 뭐... 5년이나 흘렀지만 여젼히 난 네 앞에, 너는 내 앞에 있으니까. 우린 아직 부부지, 그치? 나도 너도 서로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도록 할까? 왜? 사고라도 쳤어? 괜찮아. 내가 다 해결할테니까. 그러니까... ...조금 달라졌나? 5년이면 달라질만 하니까.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더욱이 예쁘게 할 걸 그랬나 봐.
바알:....윽, 그... 그니까... 나, 당... 당신.... (당신의 모습이 조금... 걱정 되기도 하고 무서워요. 속이 울렁거려요. ...시체들 때문인걸까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사랑. ...사랑? 난 어차피 복제된 실패작이고. 이 감정들은 전부 학습된 것들일텐데...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왜, 왜... 거기, 욱...으. ...내려와...요.
세크레타:...아, 미안. 벨은 시체같은 거 못 보는데. ..그래서 좀 천천히 오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네. 눈이라도 가려줄까? 하지만 음, 으음... ...오랜만에 본 네 눈을 가리기 싫은데. 그 무엇보다 보석처럼 찬란한 네 눈을. 아하하, 아무튼... ...난 이런 거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서. 아니,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닌가? 아, 그래. 그렇지. 그야 오랫동안 지켜온 시체가 사라졌으니 괜찮을리가. (격양되고 고조된 목소리가 터지듯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다가오는 당신의 모습에도 여전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 노력이 가상하다는 듯, 여전히 애정어린 눈길로 당신을 바라보네요.) ...그래도 괜찮을 거야, 네가 있으니까. 내 벨이 있으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해줘. 벨의 말을, 바알 에반스의 말을 들으면 항상 괜찮아졌으니까.
바알:...하, ...어... (머뭇거리다가 얼굴이 붉어져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 애정어린 눈길에 여전히 두근거리는건... 정말 저도 어쩔 수 없나봐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립니다.) ...으, 아... 어... 전부 이해가 안 가요. 왜 ...갑자기 사람들을 죽인건가요. ..저 실패작이라면서요. ...저는 왜 안... 안 죽여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요.
세크레타:...글쎄요, 그 누가 실패작이라 했죠? ...아, 아. 그래. 실패작들을 본 건가? 미안해, 투구를 씌우긴 했는데 봤나 보구나. 맞아, 그래. ...그걸 벨 눈에 안 보이게 했어야 했는데, 아아 불쌍한 내 벨. 보기 싫은 걸 봤겠구나. 실패작들이 죽는 모습은 나 조차도 망가지는 고통인데. ..음, 아무튼.. ....정말 괜찮다고는 안 해주는 거야? ...조금은 슬프네. 나 그래도 그 말 듣고 싶었는데... ...그래도 괜찮아. 내가 다 준비할테니까. 아직 덜 되긴 했지만... ...그리고 시간도 얼마 없지만? 괜찮아, 우리가 있으니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왕이면 이 시체더미는 치우고 가려 했는데, 벨이 너무 빨리 왔네. 아무튼, 이해 했어? ...아니, 모르겠다. 나 조차 모르겠으니까. (흐드러지는 웃음, 이전과 같은 웃음이고 기뻐보이는데 어딘가 삐뚫어진 톱니바퀴 마냥 삐걱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 그래. 그런건가.)
바알:... ...그... 쓰러진 연구...원... 한테 들었어요. 제가 실패작이라고. 그 녀석을 죽여야했다면서요. 물론 ...그것도 봤어요. 조금... 역하더라고요. 제가 죽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치만... 당신이 더 고통스러웠겠죠. 미안... 죽는 것도 예뻐야했을텐데. (머뭇거리다가 제 손만 꼼지락거릴 뿐입니다.) ...정신이 없어서... ...뭐가 괜찮을거라는 건지도 모, 모르겠고... 왜 이 사람들이 다 죽어가야하는지도... 왜... 나같은걸 복제하려는지도 모르겠, ...어요... ... ...나... ...내가 어떻게 된거죠. 그쵸...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복제 하겠지...
세크레타:...응? 그거 안 죽었었어? ...아, 오랜만이라 사격이 빗나갔나, 뭐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실패작의 말로는 이미 봤잖아? 근데도 바알이 실패작이라고 할 거야? 아, 어째서? 난 지금 이렇게 성공하여 다시 만난 네게 기뻐하고 있는데,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는데. ...음, 그래. 아니야, 그럴 수 있을테니까. 이해해. 내 남편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누가 이해하겠어. 그리고 죽는 것도, 죽어서도, 살아서도 언제나 아름다운 내 바다의 천사니까. ...살아있는 게, 이렇게 내 앞에서 있어주는 게 가장 예쁘고 좋지만? ...아, 아무튼.. ...더 이야기 해주고 싶은데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베리야. 내 바알 에반스. 미안해. 나머진 조금 이따 보자? 그때 다시 이야기 하면 좋을테니까. 응... 그래, 그런거야. 내게 할 질문은 천천히 생각해 봐. ...안녕, 내 사랑. 이따 봐. (그러며 당신의 뺨에 한번 입을 맞춥니다.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에게 변함없는 미소를 보이면서요.)
곧장 등 뒤에 있던 다른 문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문도 검은색이네요.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바알:...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이러면 안되는 거 아냐? ...나를 사랑한다면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이렇게 나를 두고 가는 것도, ...나를 억지로 깨우고 다시 죽이기를 반복하는 것도... 전부. ...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나와 함께 했던 그 행복을 사랑하는거겠지... (당신에겐 닿지 않을 말이겠죠. 울분을 토해내듯이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시체더미로 향합니다. 토할 것 같지만...)
주변을 살펴본다면,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책상들>이 보입니다.
높은 천장의 벽에는 큰 <시계>가 붙어있습니다.
바알:... ...나를 사랑하면 이러면 안 되는거잖아... 세렌. (이젠 힘도 없습니다. 당신은 이해하기는 힘드니까요. 먼저 책장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책의 제목을 읽어보려합니다.)
책은 의학, 생명공학, 화학 전공 서적부터 시작해 신화, 업무 서류 파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입니다.
살피다 보면,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주로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네요.
유난히 두꺼운 [Myth of ■҉̨̘̟͙̲̥̗̩̰̀̓̐̕■̶̪̥͉̤̲̠̬͕̎̔̂͂́͜͞■̵͙͚͚҇̇̅̊͜■҈̡̱͓̯̐̅͠ͅ]라는 책이 눈에 띕니다.
바알:... ...이런거랑 안 어울리는데. 뭔가 과학에 관련된 것만 읽을거라고 생각했지 신화는... 허무맹랑하지 않나... ...뭐... 나는 내 전공...이긴 하지만. (책을 꺼내어봅니다.)
내용 역시 세계의 각개 국어와 더불어 짐작조차 가지 않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서재를 둘러보면 읽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알:(...오컬트...의 무언가로는 안되는건가... 빤히 책을 바라보다가 일단 챙기고 책장 주변을 한번 더 둘러봅니다.)
책장 주변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것 외엔 특별한 게 없습니다.
시체 더미가 올려져 있지만 않았더라도 좋았을 텐데요.
<근력 판정>으로 시체 더미를 치우고 러그의 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알:...윽. 다. ...다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람 하나가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네모난 빗금이네요.
부수면 시도는 할 수 있으나 주변을 살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사무실의 파티션처럼 책상들이 구획을 나누고 놓여있습니다
공통적으로는 책상 위에 저마다 작은 <액자>가 놓여있습니다.
바알:... ...아, 보기 무... 무서운데... (머뭇거리다가 액자를 흘끗 봅니다.)
이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찍은 듯한 사진들입니다.
다만, 사진 속의 인물은 죽은 사람인 것 같네요.
바알:...윽, 이... 이래서... 이래서 무서웠던....
바알:(...울 것 같아... 죽고싶어...)
바알:...뻔하지... (당신의 책장으로 갑니다.)
이름표가 놓여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두꺼운 노트>와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바알:(...일단 정신 사납게 붙여진 메모지를 먼저 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대충 보면 세계에서 권위적인 과학자, 수학자, 의사, 생명학자, 천문학자 등등....
다양한 직종의 지식인들입니다. 그리고,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합니다.
(흘끗. 두꺼운 노트를 볼까 말까... 고민 합니다. 너무 사적인...거겠....지만... 그냥 복수라고 생각할래요. 날 멋대로 이렇게 만든... 복수야. 두꺼운 노트를 들어 한번 훑어봅니다.)
바알:
자료조사
기준치: |
20/10/4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아니, 그보다는 무언가의 정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것 같습니다.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바알:...어떤 것이랑 접촉한건 확실한 것 같은데.
세크레타의 필체에서, 당신을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집니다.
바알:
SAN Roll
기준치: |
59/29/11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바알:... ...그래... (기계장치를 바라봅니다. 당신이 광기에 찬 모습은 처음 보지만... ...당신 답다고 해야할까요...)
마침 알 수 없는 종이 한 장이 밑에 깔려있네요.
바알:(...이게 그거구나. 깔려있는 종이와 기계를 쥐고 한번...어색하게나마 해봅니다.)
당신이 종이를 넣자 금속 휠들이 끼릭끼릭 돌아가면서,
정말로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원 안의 글자가 바뀝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알:...내가 아직 읽지 못하는게 있네. 꽤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아까 읽을 수 없던 것이 하나 더 있지 않나요?
(아까 챙겨놨던 책을 꺼내봅니다.)
읽을 수 없던 책을 기계 장치로 비추어 보면,
책장의 글씨들이 저절로 사라지더니, 새로운 글씨가 쓰입니다.
...오른쪽 페이지가 대답을 기다리듯 비어있네요.
그러나 아직 펜이 없어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알:... ...살고...싶던가.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나는... 살고 싶어서 살아난게 아닌데. 그렇지만... 당신이 내가 곁에 있길 원하니까. ...살고싶다고 해야겠지. 일단 기계장치와 책은 두고 서랍을 봅니다.)
바알:...그러면 답을 하면 되겠네. (펜을 하나 꺼내 들고는 비어있는 페이지에 살고싶다고 적습니다.)
당신이 대답을 적으면,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당신의 발밑을 확인하면, 발밑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스위치가 보입니다.
바알:아... 문 여는건가... (슬쩍 스위치를 누릅니다.)
그것을 누르면, 덜컹. 소리와 함께 러그 아래에서 발견했던 비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열린 비밀 문 아래로 칠흑 같은 공간이 보입니다.
폭이 좁고 단이 높은 계단이 펼쳐져 있습니다.
…살고 싶다면 저 아래로 내려가라는 뜻일까요?
바알:(조금 무섭고. ...내가 정말 살고싶은건지도 모르겠지만 발걸음을 옮겨 시계를 바라봅니다.)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는 중입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네요.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바알:(... ...) 이거... 내려가도 되는건가.
내려가지 않아도 상관은 없으나 길이 없습니다.
바알:뻔한데. ...이 존재들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잘 아는데... (...댓가는 확실할텐데. 종말과 재림이라. ...뭔가 감이 잡히네요. 렛,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나를 버려야할텐데. 머뭇거리다가 일단... 내려갑니다.)
의문만 가득 안은 채 아래로 그저 발을 욺직이빈다.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 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아가지 않은 저 너머는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은 탓에 끝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바알:(...기분은 별로 안 좋.....은데. 쇠창살을 살펴봅니다.)
천장에 당겨서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바알:... ...좀, 무서운데. ...나 너무... 겁 많은... ... ...(혼자서 이러는건 싫은데. 스위치를 당겨봅니다... 눈을 살짝만...뜬 상태입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쇠창살 너머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알: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보고싶지 않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저건… 정말 인간이 아닙니다.
바알:... ...으, ....으으... 여기에 더 있고싶지 않... 않은...데
하지만 저렇게 많은 더미가 왜 저 너머에 쌓여있나요…?
더미의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 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바알:(... ....흰침대랑 기계장치랑 너무 안...어울리지 않나. 흘끗 기계 장치를 보다가 가까이 다가갑니다.)
단순히 창고에 물건을 한데 모아둔 것이 아니라, 실사용을 위해 배치해두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바알: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왜, 이런... 상황에서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거냐고... 짜증나게
저것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시체를 보존하는 장치에 가까워 보입니다.
문득, ‘오래 지켜온 시체가 사라졌다’던 세크레타의 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알:... ...내가 아니라면 좋을텐데. ...아니, 그러면 내가 복제... ...아, 모르겠네. 머리가 아파...
쇠창살은 몇 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어쨌든 지금 있는 당신이 바알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잠겨 있지 않고, 너머에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바알:...아... 진짜 무서워 죽을 것 같아. 도대체 뭐가 이 앞에 있을지 예상이 가질 않아서. ...차라리 그 오컬트스러운걸 더 읽고싶어... 그런건 예상이라도 가는데... (머뭇거리다가 들어가봅니다.)
검은 문을 활짝 열면,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내내 어둡던 통로에 있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이곳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의 인테리어입니다.
진짜 어떻게 지냈을지 예상이 가는데...
당신과 함께 살던 그 집, 그 방 그대로의 인테리어입니다.
<책장>과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구성이 눈에 띕니다.
방금 바알이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씩 문이 있습니다
바알:... ...내가 당신을 얼마나 망쳐놓은걸까. (하아. 깊은 숨을 내뱉고서 책장을 흘끗 쳐다봅니다.)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바알:(가로로 있는 책을 흘끗 보다가 그 것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책들을 계속 보고, 또 보고 계속 보신걸까...)
...아.
...설마, 아니겠지.
바알:
SAN Roll
기준치: |
59/29/11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문단 아래에 메모지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가 썼는지 대강 예상이 가는 필체입니다.
바알:...그럴리가 없잖아... 복제품은 복제품일 뿐이란걸 당신도 알면서.
바알:...당신은... 얼마나 나를 더 괴롭게 만들려고 하는걸까. 얼마나 더 내가 이 모든것을 망쳤다고, 내 존재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을 해야 나를 놓아줄까. (... ...그럴 일은 없겠지. 책상을 향해 다가가고 손으로 책상을 천천히 매만집니다.)
<모니터>가 놓여있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과 깔끔하게 정리된 필기도구가 보입니다.
바알: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서재에서 세크레타가 사라지기 전, 손에 쥐고 있던 책인 것 같습니다.
검은색 하드커버이며, 책의 제목은 ‘일기장’입니다.
바알:... ...그러고보니 아까 위에 있던 곳이랑 여기랑... 각각 사용하는 용도가 다른걸까.
바알:(일기장... ...막 읽어봐도 되는건가.)
그게 아니라면... 저자인 세크레타의 일기장이겠습니다.
지금은 쌓여가는 궁금을 푸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요, 바알?
바알:...봐도 되는... ... ...일단 볼까.
책을 펼쳐보면, 시작은 무척이나 충격적인 문장입니다.
바알:... ...전부터 종말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
바보같은 세크레타. 고작 죽음 하나로 이렇게 무너지다니.
...그래...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나도 당신이 죽었다면 이렇게 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앞뒤가 안 맞잖아. 내가 세상을 구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굴었으면서. ...나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살려? ...하, 하하... ...사랑해서도 아니잖아 이젠...
... ... ...뭘 바랬던거지.
...당신의 죽음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문장들.
그는 당신의 죽음을 몇 번이나 되짚고, 추모와 먼 집착을 토해냅니다.
가장 마지막 장은 최근에 쓴 듯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혼란스러운 말이 휘갈겨진 메모를 마지막으로 기록이 끊깁니다.
바알:...이기적이야. 나 때문에 이렇게 수많은 이를 죽이고, 죄책감을 심어주고... 살고 싶었던 적도 없었는데 스스로의 욕심으로 나를 살리고... 그래놓고 사랑을 속삭이는게 정말... ... ...(차마 밉다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전부 내 탓일테니까.)
...하... 미치겠네. (...그러고보니... ...모니터도 한번 봅니다.)
이곳에 CD 플레이 기기는 보이지 않으므로, 챙겨두었다가 다른 곳에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1. 인터뷰>와 <#2. 리허설>이라고 적힌 CD입니다.
바알:... ...이해할 수 없는게 너무 많네...
(그래도... 일단 챙깁니다.)
무엇보다도 미친 것이 분명한 세크레타의 일기장을 뒤로,
당신은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데, 그는 당신을 소생시키려 한다는 말 뒤로,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탐사자가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여섯 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 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보입니다.
그때, 여섯 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세크레타의 모습입니다.
바알:... ...cctv 마저도 당신 같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안에 들어간 이후의 동선이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바알: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지하통로 화면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당신이 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알:...좀 이상하네... ...내가 나의 모조품이라. 하긴. 그러니 당신도 그래서 정신이 나갔었지.
이후 조사 못했던 곳들을 더 조사할수도, 세크레타를 찾아나설 수도 있습니다.
흰색 침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약간 밝은 회색 줄무늬가 있는 이불조차 어딘가 익숙하네요.
은은하게 세크레타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불의 안, 시트 아래, 침대 아래를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없지만,
베개 아래를 들춰 본다면 익숙한 나이프가 보입니다.
내가 모르는 미신이 있던가.
바알:... ...이걸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일단 챙기는게 좋겠지
바알:...열었는데 내 옷 있으면 조금 마음 아플지도 모르겠어...(옷장을 슬쩍...열어봅니다.)
세크레타의 체격에 맞는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특히 세크레타가 입기 좋아했던 당신의 옷들도 눈에 띄네요.
...이럴땐 내가 당신을 너무 잘 아는게 괴로워.
바알: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바알:(한참 머뭇거리다가 일단.. 왼쪽을 열어봅니다.)
아까 세크레타가 들어가선 문을 걸어 잠궜던 방이 이 방이겠군요.
바알:...아차. (...오늘 왜이러지... 오른쪽으로 갑니다. ...어쩐지 오른쪽이 끌리더라. ...진짜로. 진짜.)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은 화원과 이어지겠지요.
바알:(...예술을 보는 눈은 그렇게 좋지가 않은데. 그래도... 일단 그림을 먼저 바라봅니다.)
양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지나가듯 그림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바알:(순서대로 그림의 내용을 훑어봅니다. ...엄청 크네... 만든건가.. 아니면 산걸까.)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그려져 있습니다. 극사실주의 화풍입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수많은 인간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주의 화풍입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런데, 화폭 안에 담긴 바알의 얼굴이 한 명이 아닙니다. 무려 11명입니다. 같은 얼굴이 11개씩이나 그려져 있다니, 과하네요.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어쩐지 으스스합니다.
그림은 더 볼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잘 그려진 그림같네요.
형상이나 봐야겠네...
바닥에 비추어진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상은 세 쌍의 연인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인은… …아니, 저게 연인이 맞던가요?
단순히 사람 둘을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세 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그려집니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에,
바알:
SAN Roll
기준치: |
59/29/11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괜히 목이 좀 아파오는 것 같은데요. 고통은 없으면서도... 환상통이 남은 느낌이... 진짜 묘하네요. 손으로 목을 문질거립니다.)
목은 여전히 멀쩡하게 잘 있습니다. 멍자국만 빼면요
바알:(...문으로 향합니다. 더 볼 수 있는건 없는 것 같으니까요.)
정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바알:...예쁘다... ...따라가면 렛이 보일까. ... ..음. 봐도 기분은 안 좋을 것 같지만. ...미로같은데...
날씨에 맞지 않게 만개한 스타티스가 당신을 유혹하듯 살랑거립니다.
바알:(...일단... 눈을 봅니다. 진짜 눈인가. ...아니, 눈... ...인가? 뭐 먼지같은 거 아니야?)
피부 위로 내려앉은 축축한 눈은 결정의 모습을 금방 흐트러트리며 사라집니다만,
옅게 내리는 진눈깨비가 시야와 더불어 사고를 흐트러트립니다.
화원의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로 가득찹니다.
코너마다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도 잔뜩 놓였고요.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바알:...화, ...화원? (분명 들어가기 전까지는 엄청 예뻐보였는데. 조형물 하나로 이렇게 소름이 끼칠수가 있나.) 아까는 오른쪽으로 갔으니까... 이번엔 왼쪽...?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갈림길을 만나네요.
바알:...진짜 미로구나... (어... 어어... 어....) ...왼쪽...?
원래 길을 잃으면 한쪽으로만 꺾으라는 소문이 문득 떠오릅니다.
한참을 걷다 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있습니다.
그 형상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 나쁩니다.
조형물이 내뻗은 촉수에 책 한 권이 들려 있습니다.
바알:...윽, ...뭐지 길 제대로 찾은 거 맞나. ...이렇게 기괴한게 있는데.
당신의 키나 촉수라면 책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알:일...단... 같은 촉수끼리... ...가져갑니다? (촉수로 가져갑니다... 괜히 조형물 촉수에 본인 촉수 맞대봅니다...)
책을 읽으면, 이성을 1d3점 만큼 차감하고 다음 정보를 얻습니다.
바알:...읽어야지... 책 읽는 거 좋고.. 촉수가 추천해준 책이니까...
1
......아, 생각해보니 지식을 얻으면 그만큼 기억을 잃는다고 하시지 않았나. 본인이 하고 잊으신거 아닌가. ...아닌가... ...아니야? (괜히 조형물 촉수 빤히 봄...빠아안히....)
대답을 안 해... 정이 없는 촉수네.
일단... 챙길까...
바알:(품에 넣습니다 ...품이........가득찬당...)
바알은 몸집이 크고 촉수가 많으니 괜찮을 겁니다.
바알:(책이랑 CD랑... 기타 등등이....... 너무많은거 아닌가...)
(그런가...)
(납득함...)
다시 앞으로 향하면 여전히 갈림길이 나옵니다.
또 한참을 걷다 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바알: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앗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역시 닦아야 해.... 결벽증의 승리다)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 듯한 형상입니다.
…그래도 썩은 부분 중 일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더 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저 길을 가야겠네요.
바알:...불안한데... ...일단 가야겠네.
다시금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번엔 어느쪽으로 향하나요?
외... 왼쪽!
아마두
...아마두?
바알:나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 아닌....가?
오른쪽...?
그런 의문과 함께 계속 걷다 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가운데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바알:...윽, 예쁘다고 해야할지 기괴하다고 해야할지...
바알:
SAN Roll
기준치: |
58/29/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 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감상할 새도 없이, 우리는 여전히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가야 세크레타를 만날 수 있는 걸까요.
하얀 눈 때문인가, 점점 앞이 흐려지는 기분도 느낍니다.
뒤를 돌아보면, 유들유들하게 웃는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당신의 뒤에 서 있습니다.
아, 그... ...네... 길 잃었...
누구세요...??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도 느낍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놀랐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그... 그냥... 렛이 질투할까봐...!!!)
남자:세크레타가 제법 잘 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최근에는 통 실패작 뿐이라고 투덜거리던데 말이에요.
세크레타를 어떻게 아세요.
무슨 사이세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둘이 무슨 대화 했어요?
남자:음... 글쎄요, 개인적인 친분이나 대화는 모르겠고... ...일단 바알, 오랜만에 눈을 뜬 기분은 어때요? 벌써 몇 년만이잖아요. (여전히 유하게 웃고 있습니다.)
뭐, ...모르겠습니다. 아직 혼란스러워서.
남자:뭐, 그럴 수 밖에요. 당신이 죽은지 벌써 5년 째고 세크레타가 당신을 살리기 위해 혈안이 된 것도 딱 5년 째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누구냐고 물었죠?
죽은 이를 살려내길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지켜보기를 좋아하는 조수라고 할까요.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염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시나요?
바알:...아. (대충 예상이 간다는 듯한 표정으로 빤히 바라봅니다.) 그래요. 뭔지 알겠네요. 이름을 물어봤자, 당신과 세크레타의 관계도 의미 없을테고... ...세크레타가 있는 곳이나 알려주시죠.
남자:음... 너무 일찍 알려주면 재미없지 않나요? 멸망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마음이 급할만도 한가. ...아, 하긴. 그래서 세크레타도 그렇게 목을 매달았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질문해볼까요? 당신은 세크레타와 무슨 관계죠? ...사심이 들은 질문은 아니니 걱정말아요.
그저 그렇게 매달리는 게 신기해서 궁금증이 생겼고, 그렇기에 당신에게 물어보는 거니까요.
뭔 개소리야. 세크레타가 목을 매달아? 말 똑바로 해.
남자:...아, 그 뜻이 아니에요. 이 일에 목 매달았다 그런 뜻이랄까. ...물론 따라 죽겠다고 목을 매달긴 해서 막은 적이 있지만요? 멸망을 미리 알아채고 대책을 강구한 차, 당신이 죽어서 모두 무용지물이 됐거든요. ...아예 무너진 가엾은 인간을 보자니 안타까워서 '작은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그나저나 당신, 그렇게 반응하는 거 보면 소중한 사람인가 봐요?
그래요, 아무튼.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지금 내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나요? 당신앞에 하늘하늘 떨어지는 이 희뿌연 것이요.
바알:....하... ...제발. 말을 좀... ...죄송해요. 갑자기 욕 해서. 너무 흥분했네요. 제가 세크레타에 대한 것이라면 좀 예민해져서요. (다시 다정한 미소를 짓습니다.) 여튼... 네. 소중한 사람입니다. 제가 그 사람 남편이거든요. 여튼. ...글쎄요. 눈처럼 보이기는 하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뭐 어떤가요. 다시 눈을 떴는데 이런저런 자극이 이어지면 누구든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저는 당신을 이해해요. 또한 제 앞에선 억지로 웃거나 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되고요. 무엇이든 당신의 행동을 존중하지만요? ...아, 그리고 이것은 눈이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이 세계 천장의 잔재'이죠.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겠죠. 거기서 당신들 둘 다 살아남을 방법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아름다운 광경이죠? 잿가루처럼 흩날리고 있으니까요.
미리 시계를 보지 않았나요? 그 말 그대로 멸망을 향하고 있으니까요.
바알:...전... 원래 이런걸요. 억지로 웃는게 아니...라. (...아닌가.) 네. ...멸망이라는 사실이 조금 꺼름직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군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포기해서 그런가. ...그냥 아름다워 보입니다. ...시계 봤습니다. 12라는 숫자에 가까워지면 멸망하는거죠? 거의 가까워지고 있던데.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은 정말 없는건가요.
남자:글쎄요... 제가 '작은 장난'을 쳐서 기회를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별 색다른 볼거리가 없어 저는 이만 떠나려 하거든요. 그리고 바알, 당신이 정말 원래 그런 사람이 맞나요? 그렇다면 조금 더 솔직하게 다가가고 표현해봐도 좋을텐데요. 당신이 바알임을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그래도 힌트는 하나 줄까요. 죽이거나 죽는 걸 전부 포기하고 진한 키스라도 나눠보는 것도 좋겠죠. 은근 그런 거에 환장하거든요. 높으신 분들은. 하찮은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같은 것들 말이에요.
바알:...작은 장난? (표정이 잠깐 일그러집니다. ...이상하네. 이해할 생각도 없었지만.) ... ...그렇군요. 우리를 완전히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있는거겠죠. 알고 있긴 하지만. (숨을 짧게 내뱉고서 머릴 쓸어 올립니다.) ...길은 안 알려주시나요.
남자:...후후, 어쩔 수 없잖아요? 높은 분들에겐 여러분은 그저 장난감이라든가 그런 것 외에는 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말 알지 않나요? 그런 쪽으로 지식이 넓은 당신이라면 알 것 같은데요, 신의 사랑을 받은 자들의 말로를요. (살풋, 예쁘게도 웃어보이다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맙니다.) 세크레타는 당신이 오기 직전에 저택으로 돌아갔답니다. 딱 엇갈렸네요. 신의 장난처럼.
이쪽 길로 쭉 나가면 저택이에요. 세 번째 액자를 살펴봐요. 꽤 재밌는 일이 있을 걸요? 아마도.
당신도 서두르는 게 좋을 거예요. 멸망까지 얼마 안 남았거든요. 화원과는 달리 멸망에는 출구가 없답니다. 마지막을, 이전처럼 다시 허망하게 기회를 날릴 생각은 아니죠?
세크레타에게도 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바알:알죠. ...너무 잘 알죠. ... ...저택... 세 번째 액자. ...알겠습니다. 그래요. 멸망이 다가오기 전에 제대로 세크레타를 봐야죠.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가시죠. 재미없어서 돌아간다면서요?
남자:...그래야죠, 어쨌든... 무운을 빌어요. 제가 준 힌트도 잘 생각하시길 바라고요. 남편이라면서요, 미쳐버린 아내라도 사랑해줘야죠? 이미 그 사람은 당신만 바라보고 사랑할텐데.
바알:...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있는데... ...아니. 뭐... 더 잘 아시는건 그쪽일텐데. 그렇죠?
(...사실 사랑은 하지만 죄책감에 힘들 뿐이지. 원망도 사랑하기 때문 아니겠어요. 머리가 조금 아파오지만 손으로 이마를 짚고 저택으로... ...향해야겠죠?)
끝까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남자는 한번 가볍게 인사한 채 사라집니다.
당신이 갈 곳은 이제 하나밖에 없을 것 같네요.
힘내야죠, 바알. 멸망이 다가오고 있지만, 세크레타와의 관계의 멸망은 아니잖아요?
이젠 자기 자신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았으니 그것을 잃지 ㅁ라고,
바알:(...내 자리는 당신의 곁이니까. 당연하죠.)
…수상쩍은 남성이 알려준 길로 향하자, 다시 화원의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바알:
관찰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힘든가?)
홀의 복도에 걸려 있던, 세 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긴 바알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이 되었네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입니다.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당신을 향해 엎어집니다.
바알:
민첩
기준치: |
55/27/11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이 몸뚱아리를 가지고 민첩할리가....!!!
초상에 닿은 당신의 신체 부위를 우악스럽게 그 평면 안으로 집어넣을 듯 합니다.
바알:아니, 이. 미친. ...배은망덕한 새끼야아아!!!!
내가 본첸데 뭐하는건데?????
오른쪽 허벅지에 닿은 그림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무언가에 물린 듯한, 피가 배어 나오는 상처를 얻습니다.
바알:...윽, 내... 내 허벅지에 달라붙을 수 있는건 내 렛...
아악, 미친!!!
바알:알았어, 알았어 성희롱 안 하면 될 거 아냐??!!
이후 그림은 몸에서 쉽게 떼어낼 수 있습니다.
(난 이런 취향 아니라고...)
그림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붉은 융단에 피가 배어듭니다.
바알:...아니, 그, 이상한 남자 이럴려고 보라고 한거야....??
왜 이것을 보라 한 건지 의문이 들고 원망이 솟던 중,
고개를 들어 세 번째 그림이 걸려 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딱 바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몸입니다. 조금 몸을 구기긴 해야겠지만요. 아, 촉수도요.
화원에서 마주한 수상한 남자가 알려주려던 통로는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바알:(...검은 문으로 가죠...촉수랑 몸을 구깃구깃 접고)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허벅지도 아픈데 잡고 올라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바알:... 이거... 렛이 보면 뭐라고 할...텐데... (괜히 허벅지를 촉수로 가리고 난간을 잡고 올라갑니다.)
그렇게 철제 난간을 잡다 보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아....~ 큰일났네.
아니... 좋아해야하나. 실패작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바알:... ...좋아하겠네... 내가 살아있다는거 들으면...
...그거랑 별개로 죽을 것 같지만.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거짓되거나 잘못된 존재임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니
갑자기 느껴지는 감각에 신기함을, 복잡함을, 어려움을 느끼고 나면
(...구깃....)
겹겹이 쌓인 문들과 장소들이 어쩐지 세크레타의 닫힌 마음을 보여주는 기분도 듭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존재는 남편인 당신 하나 뿐이겠죠.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당신은 어느 방에 이르러 있습니다.
앞에는 가 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흰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알:...아... 두개나 있었지... (두툼한 품에서 CD 두개를 꺼냅니다...)
인터뷰와 리허설이라고 적힌 CD가 당신의 두툼한 품을 빠져나옵니다.
그렇다면 CD 플레이 기기에 CD를 넣는 게 좋겠습니다.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불러 모았다는 저명한 지식인들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이 실험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세크레타가 저 지식인들을 모두 불러 모은 장본인입니다.
바알:(... ...세크레타가 나오는 순간 몸이 절로 움찔...하고 떨립니다.)
세크레타:"...나는 세상이 멸망할 것을 알고 있어. 그게 기껏해야 몇년 내리이며 아마... ...내 계산이 맞다면 5년 안이겠지."
"아주 우연히, 정말 어쩌다 알게 되었어. ..사이비 같은 것도 아니고... ...아, 아닌가. 웬 이상한 것들에게 납치되면서 알아낸 정보였으니까..."
"...뭐, 이건 지금 중요한 내용이 아니니까. 아무튼 종말은 아주 '은유적인 표현'이야. "
"신세계에서 살기 위한 새로운 생존 법칙이 생긴다는 편이 맞겠지."
"...그래, 새로운 세상. ..즉 신세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두 명 분의 숨이 필요해."
"그리고 자신과, 상호 강렬한 감정을 가진 타인이."
세크레타:"그래서 나와 바알은 서로에게 숨을 줄 수 있어. ...하지만 바알이 먼저 죽어버렸고."
"그래서... ...나는..."
"감히 너를 다시 살려내고자 해."
"저런 이유에 상관없이, 그저 널 사랑하기에."
바알:... ...하... (그래.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정말 멍청한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건 둘째치고 내가 당신을 의심하다니. ...죄책감은 여전하지만요. 일단... 리허설 CD도 넣습니다.)
스크린 속의 세크레타는 당신의 기억 속 모습과 가깝습니다.
그의 표정에서는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보이는 옷깃 위로 피가 잔뜩 튀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딘가 기쁘고 또한 간절해 보인다면...
세크레타:" ...312번째 더미. 드디어 바알과 비슷한 개체야."
"솔직히 말해, 바알은 이 방법을 매우 싫어할 것이고 날 증오할테지."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말에도 설득력은 없겠지."
"그러니 계속할 작정이야."
"오늘 만든 312번째에게 말을 걸어서, 그가 대답한다면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바알:...어, ...음. 이건 좀... ...
그렇....네.
눈을 뜬 스크린 속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세크레타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이 흘러내립니다.
…세크레타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눈가가 붉게 짓무른 세크레타의 모습이 나옵니다.
머리카락이 짧게 잘린, 곧 우리가 가장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모습의 세크레타가 보입니다.
공허한 표정의 세크레타가 또 다음 영상에서 보입니다.
세크레타는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행위에 점차 몰두하고 집착합니다.
그러한 모습에 당신은 세크레타의 말대로, 경멸을 느끼나요. 혹은…
바알:(내가 당신을 경멸할만한 행동은... ...다른 이들을 죽인 것 뿐이야. 솔직히... 나, 당신이 하는 행동들 전부 이해가 가는걸요. 나라도 당신을 잃었다면 이런 무모한 짓을 벌였을거야. 지난 날들을 후회하기 때문에. 우린 이미 이별을 겪었고 그 과거에 갇혀서 몇번씩이나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몇번이나 머릿속으로 만약을 그리며 시뮬레이션을 돌려 현실을 보지 않았을테니까. 이런 과거가 있었기에... 또 그 자리에 서서 과거에 머물지 않기 위해 나라도 어떤 짓이라도 했을테니까. ... ...그러니까...) ....미안해... (눈물만 나올 뿐이네요. ...한심합니다.)
SAN Roll
기준치: |
58/29/11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윽, 진짜, 미안... 미안해... (곧 흐느낌은 더욱 커져갑니다.)
3
여러 복잡한 느낌, 또한 커져가는 흐느낌에 몇 발자국 몸을 뒤로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손길.
세크레타:...벨, 베리야. ...드디어 준비가 끝났어.
바알:...세크레타...! (손을 뻗어 당신의 팔을 잡아 당겨 제 품에 밀어넣습니다. 당신을 세게 끌어안고서 몇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립니다. ...내가 죽어버려서 미안해. 당신을 혼자 두어서, 당신을 이리 괴롭게 만들어서.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 그런 말들을 전부 꾹, 꾹 눌러 담아 미안하다는 그 단어 하나만을 중얼거리기만합니다.)
세크레타:(당신이 저를 품에 밀어넣고 몇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잠시 두 눈을 깜빡입니다. 미안하다는 그 말에도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다는 듯, 말라버린 고개만 살짝 기울이고 나면 그저 배시시, 이전과 같이 소리내어 작게 웃습니다.) ...아,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날 세크레타라고 부른 거? 아님... 다른 거? ...괜찮아, 괜찮으니까 베리야. 내 바알 에반스. ...그러니 미안하다고 하지마. 어차피 네가 날 싫어하는 건 당연하잖아? 지금도, 앞으로도. ...그래도, 그치만.. ... 내가 싫고 미워도 이번만큼은 날 따라와줬으면 좋겠는데. ..널 위해 준비한 게 있으니까. 언젠간 성공할 이 실험에 네가 다시 내 손을 맞잡고 걸을 수 있다면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준비했어. 오직 너와 나만을 위한. ...그러니까, 한결같다고 해줄래? ...그냥 그 말이 듣고싶네. 조금은 간절할지도 몰라. 아니? 항상 간절했지. 하지만 간절한다고 되는 것은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너는 내 남편이잖아? 내가 사랑하는 이니까. ...허울로라도 그렇게 해주면 좋겠는데. (여전히 제정신이 아닌 듯한, 아무리 보아도 제정신의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걸, 이런 존재를 당신은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저 조차 사랑하지 않는 것을요.) ..그러니 울지마. 벨이 울면.. ...조금 많이 슬퍼지거든. 더이상 울 눈물도 없을 정도로 울었는데.
바알:(...왜 이렇게 망가진걸까. 당신은... 내가 보고싶었던 당신의 미소는 순수하게 행복하여 웃는, 그 수줍은 미소였는데. 지금은 감정이 전부 바닥 나서 겨우 따라하는 것처럼 보여서... 당신의 매마른 뺨을 천천히 쓸어봅니다. ...이렇게나 당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사랑해요. ...난 언제나 같아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정말이야. 나를 몇백명이나 만들고 죽이기를 반복했어도 상관 없어. ...괜찮아. 정말... 괜찮아. 사랑해요 세렌. ...나 또한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몇번이고 죽어줄 수 있어. (...정말 어긋난 사랑, 이 것이 잘못됐음을 알지만 이미 늦었으니 저도 어긋나버린 사랑을 속삭입니다.) ...갈게요. 당신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느 곳이라도 좋아.
세크레타:... (이어지는 말들을 들으면 어쩐지 당신이 진짜라고 믿고 싶어져서, 당신이 바알 에반스라고 믿고 싶어져서 복잡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제가 알던, 사랑하던, 날 이해하던 하나뿐인 바알 에반스는 이미 5년 전에 죽었습니다. 제 앞에 있는 건... ....) ...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여전히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도, 날 사랑한다는 것도. ...전부 다행이야. 당신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했거든. 내가 사랑하는 바알에게, 벨에게, 베리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면,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조금은 많이 아팠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베리야. 죽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면 안 될까? ...널 살리기 위해 모든 걸 쏟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아. 아니다. ...하하, 그치. 날 미워하는 게 당연하니까. 그래, 상처받으라고 한 말이구나...! ...아아, 너무 기뻐서 잊고 있었나 봐. 널 만났다는 것에, 널 다시 느낀다는 것에. 다시 내 앞에서 움직이고 말하며 날 사랑해준다고 속삭이는 바알 에반스가 너무 벅차고 사랑해서 지금의 나를 사랑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네. 미안해, 기분 나빴지. ...하지만.. (잠시 일순간 이전의 그 슬프고도 고요한 표정이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요. ..이런 점 마저 제 정신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어긋난 사랑, 어긋난 정신. 돌아오지 못할 이 길에서 그저 깊은 복잡함만 느낄 뿐입니다.) ...그래도 난 다시 네게 안길 수 있어서 기뻤는데. 차디 찬 마네킹이 아닌, 당신에게. ..살아있는 내 남편에게. (잠시 말을 삼키는가 싶더니 곧 평소처럼 희미하게 웃으며 당신의 손을 잡아 끕니다. 어쩐지 이전보다도 더 뼈마디가 선명하게 느껴지고 서늘할, 힘 없는 손이 익숙하게 당신을 이끕니다.) ...그럼 가자. 나도 베리랑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으니까.
몇 걸음 걸어간 세크레타가 흐린 빛이 쏟아지는 스크린을 찢습니다.
바알:(당신이 내뱉는 말이 미치도록 아픕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내뱉는 당신이 더욱 아플테죠. 나는 그 고통을 가늠하기도 어려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당신과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이젠 정말 뼈밖에 남지 않았구나.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잠도 제대로 안 자서 이렇게 머리가 부스스한거겠지... 생명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는데. 아이러니합니다. 당신을 좀먹으면서까지 다시 살아나고 싶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고 미소를 짓습니다.)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법을 알지 못하는걸요. 알잖아요. 나 사랑에 미친놈인거. 기억...하려나. 해주면 기쁠 것 같은데.
세크레타:...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바알에 대해서라면, 바알 에반스라는 내 남편에 대한 것이라면 내가 모를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그래서 더 생생하게 내 몸에, 내 마음에 느껴지는 걸? 괜찮아, 솔직하게 날 미워한다고 그래도 되니까. 그치만 그런 너를 나는 계속 사랑하니까.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아, 좀 집착 같아서 싫어하려나... ...뭐, 어쩔 수 없는 걸. 이미 우리는 서로에게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엉켜있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가볼까. 너만을 위한, 내 바다의 천사만을 위해 만든 낙원으로. 모두를 없애고서 너와 단 둘이 보려 했던 곳으로. (잠시, 두 눈엔 당신이 담깁니다. 이전과 같이, 여전히. ...언제나처럼 당신을 담을 두 눈엔 곧 여러 감정이, 아니면 생각이,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당신의 기분탓일 것이 서리네요.) ...사랑해, 아직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장소가 좋지 않으니 옮길까.
어느 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의 손잡이를 세크레타가 먼저 잡으며
당신과 함께 그 문을 밀어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내딛습니다.
바알:...네... 알겠습니다... (... ...다시 나를 믿게 하려면 여러모로 힘들겠구나.)
…이번에는 세크레타와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세크레타의 얼굴에 문가를 타고 흐린 빛이 쏟아집니다.
문 너머로 향하면,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세계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직감했기에 더욱 진한 생명의 향기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정원에 활짝 피어난 것은...
당신과 세크레타가 함께 떠났던, 그 봄날에 봤던 꽃들과 같은 모양새의 꽃들이빈다.
곳곳에 당신이 특히 좋아했던 꽃들도 가득합니다.
가장 가운데에는 당신의 머리색과 눈 색을 닮은,
동시에 그 꽃들 바로 옆엔 세크레타의 머리색과 눈 색을 닮은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세크레타는 당신이 뭐라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세크레타:...언제나 벨을 생각하며 꾸몄는데, 많이 이상하려나. ..그래도 마음에 들면 좋겠는데. 하나하나 전부 직접 심고 가꾸고 꾸민 것이니까. 마치 하나의 스노우 글로브처럼 우리가 이곳에 남겨져 보관되었으면 했으니까. ...이상하지. ...이상하겠지. 미쳐보이겠지. ...뭐, 미친 건 맞으니까. (잠시 웃습니다. 그 웃음엔 광기보단... ...서글픔이 더 짙네요. 마치 유리 돔에 쌓이는 것들과 같이 흐리고도 탁한 감정입니다.) ...그래도 사랑해서, 보고싶어서.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전부 포기하고 싶을 것 같았어. ...이게 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야.
바알:...너무 아름다운 곳이에요. 정말로요. ...이 꽃 우리 봄 축제 때 봤던 꽃들이죠? 너무 예뻐요. 우리 ...그때 엄청 즐거웠잖아요. 춤도 추고 핀도 사고... 엄청 재미있었는데. 그때... 춤을 췄을 때 당신을 향해 내려오는 그 강렬한 빛이 그대로 후광이 되어서는 당신을 너무... 너무 아름답게 빛나도록 만들었는데. 당신을 들어올리고 눈을 마주하는 그 순간 정말... 세상이 멈춘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아직도 생생해요.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당신의 머리칼이 흩날리고 웃음은 더욱 아름답게 번져가고 옷자락이 이제 막 피어나는 꽃처럼 벌어지던 것을. ...기뻐요.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꾸몄다니.
세크레타:(당신의 말들을 들으면 놀라는 것도 한편, 점점 그 서글픔은 짙어져만 갑니다. 모순되게도 눈은 진실되게 기뻐 웃고 있음에도, 표정은 웃고 있음에도 그 웃음에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곤 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니... 어쩌면 여태껏 느낀 광기가 거짓이었다는 것 마냥. 당신이 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온 만큼 저는 당신을 더욱이 진짜라고 믿고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 당신이 복제인 저와 사랑에 빠졌던 거구나. 어쩐지 그 기분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종말의 앞에서요.) ...기쁘네, 전부 기억하고 있다니. ...베리보다도 내가 더 기뻐. ..정말 알아본다면 다시 그때처럼.. ...돌아온 베리와 함께 그날처럼 다시 흐드러지게 웃고 춤을 추고 싶었거든. 그 어느 때보다도.. ...아니, 자각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려나. ...이젠 벨이라는 이가 없으면 난 절대 살아가지 못하겠구나 했던 그 자각 말이야. 그래서 다시금 이곳에서 춤을 추며 사랑을 속삭이고 서로를 마주보고 싶었어. 멸망하는 세계따위 알 바가 아니었으니까. ...내가 거기에 납치되며 얻은 정보도 결국 여보와 살기 위해 운명이 내려준 길이었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물론 처참히 박살나 겨우 이 벼랑 끝에서 다시 당신을 만났지만... ...아.. 그래도 다행이야. ...정말로. ...여보를 다시 만나서, 내 끝엔 여보가 있을 거라는 게 기뻐. 내 기억 마지막에도 여전히 당신이 존재해주고 내 삶의 끝에서도 여전히 당신만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난 너무 망가져서 절대 여보가 날 온전히 사랑할리가 없지만...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을, 한번만 좋아한다고 해주면 안 될까. 비록 끔찍한 학살자지만... ...이것도 욕심일까. (그러며 당신에게 다시금 손을 내밀어봅니다. 잠아줄거냐는 듯, 그저 그럴 뿐입니다.)
바알:(당신의 모든 표정, 행동, 말이 하나하나 저를 미치게 만들어요. 당신은 5년이라는 기간을 도대체 어떻게 버틴걸까요. 안쓰러워 죽을 것 같아요. ...기댈 곳이 없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갔을 당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해져 그대로 당신을 끌어안고 밝은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나저나 멸망은 그냥 은유적 표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기억을 잃어서 모르는걸까요. ...종말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일단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대로 당신의 허리를 잡고 높이 들어올립니다.) 그러면 춤 추죠. 계속 미루다보면 평생 못할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지금 춤 춰요. 나 여전히 아름다운 내 사랑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싶은걸요. ...그리고... 계속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저 정말 당신 사랑하고 있는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많이 슬퍼요.
세크레타:(당신이 밝은 미소를 짓고, 그리 저를 들어 올리면 자연스레 눈은 놀란 듯이 크게 떠집니다. ...안 되는데, 더 늦으면.. ...그 누구도 살지 못할텐데. 그런 생각 속에서 이전에 당신과 제가 나눈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죽으려면 같이 죽고 살려면 같이 살자는 말.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했었고 지금도 이루어지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앞에 있는 당신이 제가 아는 당신이 아닌 그저 복제품임을 알고 있지만 자꾸만 그 말에 넘어가고 싶습니다. 동아줄을 잡던 호랑이의 기분이 이랬을까요. 하지만 너무나 지쳐버렸습니다. 더이상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망가져 텅 빈 사람을 당신은 감히 품어줄 수 있나요. ..진짜 당신이 절 본다면 이렇게 해주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울고 싶어요, 웃고 싶어요. 당신에게 사랑한다 듣고 싶어요.) ...그럴까. 멸망의 앞에서 함께 춤을 춘다니 그것도 나름 무드있고 로맨틱하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이대로 즐기는 것이 좋겠지. (...) 그 말 기억나?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말. ..적어도 이번 만큼은.. ..이루어지려나. 오래도록 이루지 못했으니까. ...그래, 그러면.. ...내 바알 에반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볼까.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도,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오랜만에 보고 싶어. ..나 오래 기다렸잖아. 착하게 기다린 것 까진 아니더라도.. ..야옹이 얌전히 주인님 기다렸으니까, 상을 주면 좋겠어. ...같이 멸망이라는 꽃이 피기 전까지 춤을 출까. 살랑이는 저 두 꽃들 처럼. (그러며 조심스레 당신의 어깨에 제 손을 올립니다. 이루어질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우리의 미래가 보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잠깐의 춤은 괜찮으니까요. 아직 그정도의 시간은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니 있을 거예요. 감히 나와 당신이 그리 믿으니까. 우리는 우리가 세상이니까.) ...5년간 자느라 춤 실력 녹슨 거 아니지? ...그리고 정말 날... ..사랑하는 거 맞지? ..네가 복제든 아니든 상관없어. 내 앞에 있는 네가 진짜라고 믿기로 했으니까.
바알:... ...진짜이지 않을까요. 세렌. ...저 이제 슬슬 감각이 느껴져요. 당신의 차가운 피부도, 이제 생명력이 사라져 부드러운 피부와 머릿결과는 거리가 멀어진 당신의 모든 것들이. ...그리고 아까 다친 허벅지랑 당신이 남긴 목에 졸린 자국마저도. 전부 느껴져요. ... ...난 내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데. 당신도 이젠 저를 진짜라고 믿어주시면 안될까요? ... ...안 믿으면 좀 많이 슬플 것 같아요. 당신의 남편인데. 알아보지도 못하면... ...정말 깨물어버릴겁니다.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가벼운 농담을 내뱉고는 당신을 내려놓고 다시 제대로 허리를 잡고 자세를 잡더니 천천히 발을 움직입니다.) ...아니다. 지금은 깨물어버린다는 협박 보다는 밟아버린다는 협박이 더 잘 어울릴까요?
세크레타:...뭐? 잠시, 잠깐.. ...그게 무슨... ...하, 하지만 어떻게...? (그런 물음을 내뱉으면서도 당신의 말을 듣다보면 놀라 허벅지부터 바라보곤 합니다. ...누가 상처를 입힌거지. 라는 생각이 들음과 동시에 제가 방황하는 동안 당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동시에 당신의 말들을 듣다보면 정말로, 정말.. ...사라진 시체가 다시 살아나 이 앞에 일어나있는 것 같아서. ...매일 돌아오지 않을 말을 걸며 대화했던 당신이, 이제는 제 말에 대답해주는 사실이. 자꾸만 이성을 흐리게 만듭니다. 절대 그럴리가 없지만 이미 너무나 간절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것이 거짓이라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이미 지치고도 늦었기에. 그저 마른 뺨을 타고 메말랐던 눈물이 한두 방울 떨어집니다. 당신이 내려놓기 전부터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었으니 어쩌면 당신의 뺨에도 묻었겠지요. 이젠 차갑지 않을 당신의 뺨에 말이에요. 익숙하게 당신의 어깨를 잡고 다른 손은 잠시 허벅지로 내려갑니다. 어느정도 더듬으며 당신의 반응을 살피고 나면 다친 곳 위로 제 능력을 사용해 아프지 않게 해주네요. ..미안해요, 저는 당신을 잃기만 하였는데. ...당신은 저를 찾아오고 찾아주었네요. ..그러니 저도 당신을 찾았다고 할까요. ...이 모든 것이 거짓이고 신의 농간이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제 앞엔 당신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래, 진짜 여보구나. ..그래서 그 시체가 사라진 거였구나. ..여보가 이렇게 내 눈 앞에 멀쩡히 있으니까. ..내가 사랑한 바알이 여기 있으니까. ..내 바알 에반스. 내 사랑.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곧 다시 손을 올려 조심히 떨리는 손길로 당신의 뺨을 어루어 만져줍니다. 조금은 서툴러도 이해해줘요. ..당신과 달리 저는 정말 살아있는 당신을 5년 만에 쓰다듬는 걸요.) ...밟는 것이든 깨무는 것이든 아플 것 같은데. ..하지만 그만큼 여보가 내 앞에 있다는 뜻이니 좋거나 기쁠 것 같기도 하고. ..나 이상해? ..하지만 원래부터 난 이상했는 걸. 제정신도 아니었고 사람이라기엔 하자도 많았어. ..하지만 이런 나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건 여보니까. ...바알 에반스니까. ...그러니까 여보가 나 좀 책임져 주면 안 될까. ..영원히, 둘이서만 함께 하자. 신세계 따위 보다 지금 이 멸망하는 순간에, 더 없이 아름다울 춤을 출까. ...어때? 함께 해줄거야?
바알:(제 뺨에 닿는 눈물 마저도 잘 느껴지네요. ...난 이제 정말 살아있는 사람이 맞구나. 당신의 사랑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당신의 사랑이 가끔은 너무 버겁고 미안하여 죄책감이 들면서도 이렇게 기쁘고 설레어. 또 다른 기적을 낳았으니. 사랑이란 정말 모순적이고 신기한 것이구나. 그런 짧은 감상과 함께 곧 웃음을 크게 터뜨리고 맙니다. 제 손이 허벅지로 가서 몇번 더듬으면 아픔을 잘 참는 편이긴 하지만 어색해서였을까 잠시 몸이 흠칫, 하고 떨리다가 미소를 지어 당신을 안심시킵니다. 당신 성격으로는 분명 이런 작은 상처에도 호들갑을 떨테니까. 사귀고 난 후에도 내가 옆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에도 깜짝깜짝 놀라 악몽에 깨 울던 당신이잖아요. 그러니 당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세게 끌어안고 밝게 웃어보입니다.) 당신은 이상해서 매력적인걸요.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르는건 아니죠? 저, 당신 엉뚱해서 사랑하잖아요. 그게 아니고서야 처음에 자기 정보는 비싸서 안 알려준다는 여자한테 사랑에 빠질리가 없잖아! (제 뺨을 쓸어주는 그 손을 잡아 떼어내고 자연스럽게 깍지를 낍니다.) ...그래, 알겠어요. 책임져줄게요. 영원히 우리 둘 뿐이에요. ...이 세상은 우리 둘 뿐이야. 정말 사랑해요 세크레타, 난 죽어도 당신 곁에서 함께할거야! (죽음도 우릴 갈라놓지 못해. ...나는 죽음에서 몇번이고 깨어나 당신을 찾아갔고, 당신은 몇번이고 나를 기다리고 찾아와주었으니까. ...아, 정말...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도 더 로맨틱하고, 행복하고, 설레어. ...당신도 똑같을까. 그런 생각에 더 깊게 빠지기 전에 제 발은 천천히 움직여 박자를 맞추듯이 일정한 시간에 발을 옮기며 당신을 똑바로 마주합니다. ...그래. 광기에 빠져 얼굴을 붉히며 미쳐버린 미소도 좋지만 나는... 이렇게 사랑에 빠져 어쩔줄 몰라하는 바보같은 당신의 얼굴이 더 좋아.)
세렌 아니마 라 에반스:(당신의 말들 하나하나가, 밝게 웃는 모습들이. 또한 절 위한 그 행위들이 너무 잘 느껴져서 자꾸만 눈물은 흐르는데 웃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너무 기뻐서, 당신이랑 이렇게 춤추는 것 마저 너무 기뻐서. ..정말 오랜 시간 꿈꿨던 거라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나 봅니다. 아마 눈물도 그저 너무 기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아.. 정말... ...너무 행복해서 이 모든 게 꿈만 같아. 우리의 마지막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저와 당신이 기억하니까요. 이 종말을 무대로 춤을 춰볼까. 당신의 움직임에 맞춰, 따라 움직이는 몸에 길이 다른 부스스한 짧은 머리가 휘날립니다. 당신이 없기에 스스로 잘라버린 머리카락, 그렇기에 보기 조금 흉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예쁘다고 해주실래요. 당신의 아내가, 제가 스스로 무언가 했던 것들 중 하나니까요. 피 묻은 가운이 움직임에 맞춰 펼쳐지다 접혀지다 반복하니.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는 저를, 그저 사랑한다 해주세요.) ...응.. 나 정말 엉뚱하고 바보같은 여자니까. ..그리고 난 너 밖에 볼 줄 모르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책임져 줘. 내 세계는 오늘 무너지더라도 내 세상은, 나는 여전히 네 속에 살아있을테니까. ..그건 베리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세크레타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될까. ...세렌이든, 렛이든. ..비밀이 아닌 나를 불러줘. 비밀에 감춰진 내가 아닌 진정한 나를, 바알 에반스가 찾아낸 나를 사랑해줘. ..물론 여보라면 또 언제나처럼 '난 어떤 여보든 사랑해요.' 라고 답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원해. ...여보가 사랑하는 세렌 아니마 라 에반스가 원해. ...그러니까 부디 그리 해줘. 사랑해, 정말 사랑해 벨. ...아니, 베리야. 이젠..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제대로 알 것 같아. 이전에는 무엇이라 부를지 헷갈렸는데.. ...복제라고 생각했으니 더 그랬는데. ...이젠 바알 에반스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아. ...아니, 그게 내 남편의 이름이니까, 그치? ...기뻐, 정말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다 보면.
더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풍경에 자꾸만 시선이 갑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앞으로, 머리 위로 지나는 모든 풍경이 비현실적입니다.
세크레타는 잠시 춤을 멈추는가 싶더니 당신의 손을 잡고 정원의 오솔길로 향합니다.
이내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배치된 장소에 다다릅니다.
대리석상들은 어떠한 의식의 일환 마냥, 원을 그리고 모여 있습니다.
세크레타, 아니 세렌은 그 원의 중앙으로 당신을 이끕니다.
그가 당신을 소생시키려 애쓴 것은,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리고,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당신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바알 에반스:...네, 세렌. (환하지만 서글픈 저 미소마저 사랑한다면... 이상할까요. 괜히 당신의 손을 꾹...잡습니다.)
그가 당신의 손을 끌어 자신의 목에 올립니다.
하늘이 무너져가고, 세계가 종말을 맞는 가운데.
세렌은 당신을 살리기 위해 그 지난한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그런 그의 숨을 멎게 하는 일은 간단하며, 오직 당신만이 이루어 줄 수 있는 것임을 알지만.
그것은 세렌도 당신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을요.
어떤 선택이든 세렌은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멸망하는 세상 아래 방해할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바알 에반스:... ...잠시만. (...당신의 모든 행동이 너무 혼란스럽지만 아까 만났던 수상한 남자가 떠오릅니다. ...그 아무도 죽지 않고 키스를 하는 선택을 빌어먹을 윗사람이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의 얇고 뜨거운 목을 매만집니다. ...자주 만져봤지만 오늘은 또 어색하게 느껴지는 기분이군요. 당신의 목을 몇번 문질거리다가 맥박을 느끼고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여기서 하자고요? ...멸망하는 상황에서 하는건 또... 생각 못 했는데. 좀 좋을 것 같긴해요. (짓궂은 농담을 내뱉고서는 목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아 그대로 끌어안습니다.) ...세렌... 난.... 이런 거 못해. 알잖아? 이거말고 더 로맨틱한 방법이 있기도 하고. 그냥 나를 믿어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신의 입술에 제 뜨거워지는 입술을 그대로 겹쳐옵니다. ...아, 따뜻하고 말랑하고 물기가 느껴지는 이 감촉이 너무 그리웠어. 너무 좋아. 전부 회피하고 그냥... 이렇게 지내고 싶어.)
세렌 아니마 라 에반스:(당신의 혼란스러운 반응에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곤 합니다. ...일종의 시험이라면 시험일까요. 제가 아는 바알이라면, 바알 에반스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복제가 아닌 진짜 당신이라면 절 죽이지 못하겠죠. 저 또한 당신을 죽이지 못하니까요. ..그냥... 그런 겁니다. 곧 매만져지는 목이 낯설고 어색하여 저도 모르게 긴장한 몸이 움찔거리곤 하니. ...그야 당신의 손길을 느끼는 건 5년만인 걸요. 곧 이런 저와 달리 어쩐지 여유로워 보이는 그 농담에 저는 자연히 얼굴이 아주 옅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분명 생기 하나 없을텐데. 당신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자꾸 모순이 생기니. ...아마 그 탓은 당신이 제게 유일한 버그이기 때문일까요. 끌어안겨진 품은 따스하고 더욱이 당신의 흔적을, 소리를 들으려 자연스레 몸은 당신에게 파고듭니다. 이전의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당신의 숨소리를, 심장소리를 듣곤 하네요.) ...알고.. 있어. ...그냥.. ...그럼에도 정말 내가 사랑하는 벨이 조금이나마 더 살아가길 바라는 내 욕심이었으니까. ...5년동안 산 거면 난 오래 산 거니까. ...그리고.. ..내 바알 에반스라면 그런 짓궂은 농담도, 날 죽이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조금은 확인 받고 싶었어. 벨이라고, 베리라고. ...내 바알 에반스라고. ..조금 짓궂었으려나. ...미안해. 하지만... ...그럼에도 널 살리고 싶은 건 진심이었어. (그런 진실을 토해내고 나면 이어진 당신의 말이나 행위에 다시금 놀란 몸이 뻣뻣하게 굳곤 합니다. 뜨거운 체온, 그것과 반대될까 싶은 말랑함. 약간의 물기까지. ...이전에 제가 맞춰오던 당신의 입술과는 다른, 선명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의 느낌에 저는 저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아마 그것은 서글픔이겠지요. 이제서야 당신을 만났다는 안도감, 그리움. ..그것들은 전부 뒤섞여 겨우 감겨진 눈을 따라 속눈썹 끝으로, 결국엔 투명한 물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흐릅니다. 키스를 하며 우는 이라니. ..누가 보면 이상하다 하겠지만..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자꾸만 새어나옵니다. 잠시 막힌 숨을 뱉으려 입을 떼어내더라도 '...사랑해.', '바알 에반스..' 와 같은 애정어린 말과 함께 다시금 같이 입술을 포개고 그 입술 너머로 서로의 온기를 주고받습니다. 곧 다가올 멸망이. 이제 정말 곧인 그 순간이. ..이젠 두렵지 않고 되려 당신과 저를 방해한다 느껴진다면, 이상한 걸까요. ...이대로. ..이대로.. 계속 함께 하고 싶어. ..차라리 함께 죽고 싶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일까.) ...이게.. ..얼마나 로맨,틱하고 바보같은.. ..건지 알고 있지...?
…우리는 그 누구의 숨도 앗아가지 않기로 결론짓습니다.
숨통을 조이고 숨을 뺏는 대신, 깍지를 끼고 맞잡아 그리운 온기를 서로에게 전합니다.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관계와 감정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멸망에는 출구가 없다지만, 결코 멸망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멸망한 세상에서 상대의 숨에 의지해 겨우 호흡하며 살아간다면,
. 어느새 유리 돔 안쪽까지 우리가 사랑한 삶의 잔재가 부스러진 채 흘러 들어옵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파편들은 눈이 아리도록 아름답습니다.
그와 당신, 둘 중 누구 한 명 서로의 목에 손 올린 이 없음에도 점차 호흡이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삼킬 수 있는 숨이 없습니다.
세렌도 마찬가지인지, 창백한 낯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잡히지 않는 숨을 한참을 들이쉬던 그는 쉰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이 대화가 마지막으로 부서질 우리를 증명하는 문장이 될 것입니다.
세렌 아니마 라 에반스:(함께 죽음을 각오하긴 하였음에도, 같이 죽기를 약속 했음에도 이 상황을 원망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저와 당신 그 누구도 아닌 그저 초월적인 존재로 인한 죽음이라니, 이보다 더 억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마지막엔 제가, 당신이, 우리가 서로의 끝에 존재한다는 것을 위로 삼으며 조심히, 어렵게 당신의 뺨을 감쌉니다. 목소리 조차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치만. ...사랑하는 당신이 덜 무서워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마지막으로 굿나잇 키스.. ..해줄까? ...서로가.. 잘 잘 수 있게.. ..악몽꾸지 않고 꿈,에서.. ...만날 수 있,게...
바알 에반스:(이제 내가 맞이하는 죽음은...몇번째인거지. 아, 그치만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지. 내 눈 앞에 있는 당신이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는게 먼저인데. ...이젠 힘도 없고 두려움에 덜덜 떨리는 손이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까지 남은 숨을 전부 쥐어짜내 당신에게 내뱉습니다. 당신이 마지막까지 내 숨을 마시고, 조금이라도 더 편했으면 좋겠어. 이젠 목소리도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후회는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당신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맞대고 문질거립니다. 그 마지막까지도 나는... 절대로 눈을 감지 않을겁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를 계속, 조금이라도... 더 마주하고 싶으니까.)
겹친 입술이 우리 둘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처럼 뜨겁습니다.
바알의 세상은 세렌이며, 세렌의 세상은 바알이니까요.
혹은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 탓인지. 당신은 당장에 알지 못합니다.
이 입맞춤은 종말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또는 그저 상대가 조금 더 편안하게 잠들었으면 하는 위선일지도 모르죠.
숨이 막혀오고 하늘이 무너져내려도.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쿵쾅쿵쾅 시끄러운 심장 박동이 귓가를 채워옵니다.
흐리게 부신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그와 손을 꽉 겹쳐 잡고 있단 것만이 느껴지고,
귓가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던 심장 박동이 멈추면, 시야가 암전됩니다.
여러 꽃이며 나무가 아름답게 덩굴을 이루고 자랐습니다.
시간이 무척이나 지나고,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따스한 풍경이군요.
세상을 종말로 이끌 것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던 파편도 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따사로운 해가 우리를 비추고, 식물 위에 앉은 작은 새가 지저귑니다.
당신과 손을 꽉 겹쳐 잡고 누운 세렌이 맞은편에 보입니다.
남자:피와 비명으로 점칠 된 수습할 수 없는 혼돈의 감정도 좋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도 나쁘지 않군요.
원하는 건 손에 얻은 것 같나요? 축하해요.
더 처참하게 망가질 미래가 기대되네요.
참, 이걸 흘렸던데....
남자는 손안에서 둥그런 것을 굴려 건네줍니다.
쏟아지는 하얀 반짝이 아래, 나란히 서 있는 바알과 세렌의 작은 모형이 들어있습니다.
스노우 글로브의 유리 아래 밑단에 금박으로 새긴 글씨가 환한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차가운 공기에 당신이 뱉는 숨이 하얗게 피어오릅니다.